빈손 들고 서 있는 

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면 
주님 앞에 서 있는 
나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.

아무것도 내 놓을 것 없이 
부끄러운 모습으로 
매서운 겨울바람에 
힘든 시간들이었다고 
언제나 도움만 구했을 뿐 
주 앞에 항상 빈손이었습니다.

살을 에는 추위 보다 
더 가혹한 십자에 못 박힘은 
내 죄를 위한 고난이건만 
수난당한 주님을 생각하기보다 
언제나 내 입장만 내세웁니다.

돌멩이보다 더 단단한 아집과 
나무 껍데기처럼 두꺼운 
죄악의 옷을 입고 
내려놓을 줄 모르는 자아가 
이 사순절에 깨지게 하소서.

두 손을 번쩍 든 나무들처럼 
주님 앞에 모두 일어서서 
십자가에 못 박는 망치소리와 
架上 칠언의 음성을 
놓치지 않고 듣게 하소서.

언 땅을 딛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 
믿음의 두 발로 든든히 서서 
죽음을 이긴 주님처럼 
부활의 신앙으로 거듭나게 하소서.

박인걸(시인)